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눈은 떴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고,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손이 가지 않는 날. 특별히 아픈 것도 아니고, 큰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그런 날은 스스로가 게으르고 한심하게 느껴지고, 이런 상태가 오래가면 안 될 것 같다는 불안도 따라온다. 하지만 이런 날에도 괜찮다고, 그냥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 삶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있다. 성과를 내야 하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 하고,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 심지어 쉬는 날에도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에 시달린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쩌면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가끔은 에너지가 바닥날 때도 있고, 생각조차 버거운 날이 있다. 그런 날을 무시하고 억지로 움직이면, 몸은 움직이지만 마음은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다. 중요한 건, 모든 날이 똑같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떤 날은 활기차게 움직이는 날이 있고, 어떤 날은 조용히 버티는 날도 있다. 모든 날이 잘 흘러가야만 하는 건 아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루 종일 누워 있어도 되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멍하니 있어도 좋다. 침대에서 나가지 않아도 되고, 식사를 간단히 해결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렇게 보내는 하루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는 걸 스스로에게 허락해주는 일이다.
때때로 그런 하루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너무 많은 것을 안고 살아왔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무언가를 놓아야 할 시기라는 걸 알려주는 사인일 수도 있다.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않고, 조용히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진짜 나를 만난다.
그런 날엔 작은 위로가 필요하다. 따뜻한 이불 속, 좋아하는 드라마 한 편, 오랜만에 마시는 진한 커피 한 잔, 혹은 아무 말 없이 함께 있어주는 사람.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저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루쯤은 그래도 괜찮다.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이는 날도 결국엔 삶의 일부다. 오히려 이런 날들이 있어야 다시 달릴 수 있다. 불이 꺼진 방 안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보내는 시간도, 언젠가는 따뜻한 기억이 될 수 있다.
살다 보면 그런 날이 또 올 것이다. 그럴 땐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해보자. “오늘은 그냥 살아내는 걸로 충분해.” 그 하루를 버티고 나면, 또 내일이 온다. 그리고 우리는 생각보다 더 잘 살아가고 있다.